비번 날,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면 9시쯤된다.
화장실 들려서 볼일보고 식탁위에 차려놓은 밥 한술 먹고 방에 들어와 천장 올려다보고 벌렁 들어눕는다. 내 세상이다. 집사람이 있으면 시끄러울 텐데 없으니 조용해서 좋다.
코꼴만한 오디오에서 배호 노래, '비내리는 명동거리'가 흘러나온다. '코꼴만한은 아주 작다'는 뜻의 경상도 문경지방 사투리다.
딱끈한 커피 한 잔을 마신다.
그윽한 커피향이 코끝을 스친다.
좋다. 참 좋다. 창밖 산당화나무에 이름 모를 새가 신바람 나게 울어댄다. "찌루루 찌루루 하늘이 참 맑습니다. 찌루루 찌루루 " 콩알만큼 작은 새는 그렇게 신바람나게 울어대고 있다.
산당화꽃이 붉게 타오른다. 곱다. 참 곱다. 혼자 보기가 아쉬울만큼 곱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