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관공관은 산기슭에 있었다.
날씨가 좋은 날은 그런대로 좋았다. 오늘같은 가을날, 비라도 내리면 판츠우의 뒤집어쓰고 보초를 서자면 서글프기 그지없었다.
멀리 도로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빗줄기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두고 온 고향과 부모님 생각이 절로 났다.
48년 전의 까마득한 옛얘기다. 울산도 많이 변했을 것이다.
그 푸른 바다, 해변 바위틈에 붙어있었던 빨간 멍게, 푸릇푸룻한 미역, 지금도 자생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바닷가 백사장에 라디오 켜놓고 미역 말리던 아가씨들도 이제 모두 일흔줄에 들어섰겠다.
파릇파릇한 청춘이었던 내가 일흔 살 할아버지 되었는데 지네들이라고 안 늙을 수 있남. 호호호할머니 되었겠다.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예쁜 손녀딸 보고파서 눈물 찔끔 흘리는 할머니되었겠다.
"휘익!" 휘파람 불면 얼굴 붉히며 도망가던,
까만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내려오던 눈이 큰 그 아가씨도 나만큼 늙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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