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시절/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8. 24. 14:52

하얗게 불붙은

찔레나무 덤불 속엔

이 빠진 옥색사발이

나지막이 엎드려 있었다

 

사발 밑으로

손을 넣어본다

있다!

곱게 접은 하얀 딱지가 손끝에 잡힌다

 

핑크빛 종이위에

뻬곡히 적혀있는 글씨

쿵닥쿵닥

가슴이 방망이질 한다

 

앞산 기슭 도랑가에

찔레꽃은 지천으로 피어났는 데

덤불 속 후미진 곳엔

福자를 품은 옥색사발은 없었다

 

분이 풀리지 않은 분이가

시집갈 때

깨뜨리고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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