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집사람 수행비서이다.
수행비서는 상사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다녀야 한다.
집사람 수행비서인 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집사람이 함든일을 할때면 꼭 도와주어야 한다.
집사람은 공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집사람은 44년 전, 시집올때는 건강했었다. 그랬는데 건달인 나를 만나고부터 40여 년을 살아오면서 이래저래 아프다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돈 많이 벌어오지 않으니 집사람은 이런저런 막일을 했다. 그렇다고 밥 못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리 말려도 집사람은 막무가내였다.
젊은 시절, 몸을 혹사한 죄로 집사람은 나이들어 몸 아곳저곳이 아프다고 했다. 하기야 아프기로 친다면 나도 집사람에게 뒤지지 안는다. 그래서 어떨때는 "아이구 아야야!" 하고 우리 내외는 그렇게 이중창을 한다.
집사람은 척추와 목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그래서 힘든일을 하면 안된다. 그것이 내가 우리 집사람의 수행바서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가장 큰 이유이다. 가사를 수행하다가 병을 얻었으니 공상이자지 아니한가.
오늘도 일흔이 다된 나이에 집사람과 함께 마트에 갔다가 화장지 뭉치와 시장보따리를 양 손에 들고 너풀너풀 집사람 뒤를 따라왔다.
그러나 어쩌랴. 부부의 연은 하늘이 맺어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