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이 피어난 찔레나무 덤불 밑에는 이빠진 옥색사발이 엎어져 있었다.
옥색사발 안에는 딱지처럼 접은 하얀 편지가 있었다. 곱디 고운 하얀 손이 쏘옥 찔레나무 덤불속으로 들어오더니 편지를 꺼내갔다.
달밤! 배나무집 총각 병만이의 손이 찔레덤불 속 옥색사발을 제쳤다. 그리곤 연분홍빛 분이의 편지를 꺼내갔다. 갓 피어난 봉숭아처럼 편지가 곱다.
고향동네 앞도랑가에 찔레꽃은 하얗게 피었으라. 병만이도, 분이도, 이젠 호호백발 할아버지, 할머니되었으리라.
고향마을 앞도랑가 찔레덤불 속에는 오월의 뱀이 서럽게 울고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