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물따라

침례교회/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2. 24. 20:30

 

 

 

 

 

 

 

 

 

 

안동 성소병원에 입원한 친구 문병을 하고 영주역 앞에 도착하니 오후 두시쯤 되었다.

 

집으로 바로 가려다가 학유정에 놀다갈양으로 대학로 쪽으로 길을 잡았다.

 

족히 8백여 미터쯤 되는 길을 터벅터벅 걸어갔다.

 

하염없이 걷다 보니 작은 교회가 나타났다. 침례교회였다. 저 교회 말고도 영주여고 아래에도 침례교회는 있다.

 

작은 교회가 정겨워 보여서 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어댔다. "찰칵찰칵!" 사진은 잘도 찍혔다.

 

저 침례교회는 내가 문경에서 영주로 직장 따라 흘러왔을 1975년 겨울, 그 당시에도 저 자리에 서있었다.

 

나는 종교가 외형적으로 거대해지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이다.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앙생활을 함께 하는 신앙인들이 패 가름하여 쌈질하는 장면을 허다하니 보아왔기 때문이다. 작은 교회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 보기 민망한, 신앙생활을 함께하는교우들끼리 패가름하여 쌈 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고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저쯤에서 왠 젊은 사람이 따라오더니 날 불러 세웠다.

 

"어르신, 사진은 왜 찍어셨는데요?"

 

사진 찍는 것을 방 안에서 보았는 모양이었다.

 

"아 예! 교회가 정겨워 보여서 블로그에 올려보려고요."

 

"그래요. 어르신 블로그도 하시나요."

 

"예, 저는 시를 쓰는 시인입니다. 해서 생활일기 삼아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아이고 어르신 몰라봤습니다."

 

"무슨 말씀을요. 무작정 폰을 들이댄 제가 잘못했지요. 근데 침례교회는 언제 어디에서 창시되었나요?"

 

"17세기 영국에서 종교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천지 아메리카에 도착한 청교도의 후손에 의해 창시되었다고 아시면 됩니다. 저는 이삼환 목사입니다."

 

"목사님이시군요. 저는 문경아제 김동한입니다. 연이 있으면 다음에 또 만나겠지요."

 

 

 

그 젊은 목사님과 나는 그렇게 헤어졌다.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길목의 계절, 2019년 2월 24일 오후 두 시의 하늘은 한점 티 없이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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