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이맘때쯤이면 저 고개 남간재엔 나락바리 실은 잘 생긴 황소 넘어갔겠다. 소달구지도 넘어갔겠다.
끌고가는 얼룩점백이 황소도, 뒤에서 밀어주던 주인도, 끙끙대며 넘어갔겠다. 땀 뻘뻘 흘리며 넘어갔겠다.
가마타고 시집가던 새색시는 고개 다소곳이 숙이고, 조랑말타고 장가가던 헌헌장부 새신랑은 싱글벙글 웃으며 저 남간재 넘어갔겠다.
갈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길바닥엔 은행잎 떨어져 샛노랗기만한데, 그래도 모자라나보다!
한 잎 또 한 잎, 세 잎 네 잎, 나풀나풀 떨어진다. 자꾸자꾸 떨어진다. 헤일 수 없이 떨어진다.
떨어지는 은행잎따라 세월이 간다.
남간재엔 가을이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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