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물따라

공굴/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9. 8. 12:05

 

 

옛날 어릴적, 여름날 소나기 겁내게 내리면 앞도랑물이, "콸콸!" 소리치며 기세좋게 흘러갔다.

앞도랑은 말이 도랑이지 사막의 와디(wadi)처럼 큰비가 와야만 물이 내려가는 건천(乾川)이었다.

기세좋게 흐르던 앞도랑물은 며칠이 지나면 많이 줄어든다. 그때쯤이면 우리 꼬맹이들은 앞산기슭에서 조대흙을 퍼날라와 도랑곁에 좁다랗게 수로를 만들었다.

파란 땡감에 드문드문 가느다란 작대기를 꽂아넣어 수차를 만던뒤 수로끝에 박아놓는다. 그렇게 박아놓은 땡감수차는 물레방아가 되어 뱅글뱅글 잘도 돌아갔다.

공굴은 좁다란 물길을 뜻하는 경상도 문경지방사투리다.

 

일전에 영주에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비내린 다음날, 집수장에 고인물을 뽑아내느라 자동펌프가 온종일 돌아갔다. 물이 쉽게 흘러가라고 저렇게 물길을 내놓았더니 흘러넘치지도 않고 물은 잘도 빠졌다.

흘러가는 물길을 바라보며 잠시, 개구장이 시절로 되돌아가 향수에 젖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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