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비가 내렸다.
속살속살거리며 밤새워 가며 봄비가 촉촉히 내렸다.
비는 어젯밤 열시쯤부터 내렸다.
가방을 둘러메고 저전거에 올라앉아 퇴근길에 나설때부터 비는 내리기시작했다.
목숨보다 더 귀한
사랑이건만
창살없는 감옥이라
만날 수 없네
딴엔 멋드러지다는 생각이 아니 던것도 아니었지만, 듣는 사람은 귀가 좀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6년 전, 일하는 아파트에 사는 조경자 시인을 만나고부터 본격적으로 문학을 공부하기 사작했다. 문예대에 입교하고 삼여 년의 습작을 거치는 동안 문학을, 시와 산문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런 내게 가능성을 엿보았셨을까. 스숭이신 박영교 시인님은 나를 문단에 추천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시인이 될 수있었다.
시인이 되고 홀로서기를 할때까지 나 자신과 해야하는 싸움, 그것은 외롭고도 피말리는 모진 싸움이었다.
흔히들 시인은 시를 능수능란하게 잘 쓰는 줄 알고 있다.
아니다. 시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땨문이다.
사물의 내면을 관통하고 무생물에 혼을 불러 넣어 대화가 통할 수 있는 살아 숨쉬는 생명체로 만드는 것은 어렵고도 험난한 일이다.
그러한 경지에 이런 사람만이 시다운 시를 쓰는 시인이라 할수 있다.
등단한지 6여 년이 되었지만 난 아직 시다운 시를 못쓰는 햇병아리 시인이다.
문학을 공부하면서부터 시도 때도 없이 노래를 불러대기 시작했다. 퇴근길에 나설 때도, 우두커니 방안에 홀로있을 때도, 쉼없이 노래를 불러댔다.
음악과 문학, 시와 노래는 촌수로 따지면 사촌지간이기 때문이다.
"잘 가시대이."
저쯤, 맞은편 길로 3초소 최선배가 인사를 건네며 휙하고 지나갔다.
"예, 조심해 가시대이."
조그만 우산 받고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내려갔다.
빗길에 자전거를 탈때는 작은 우산을 쓰여한다. 커다란 우산은 시야를 가려 위험하기 때문이다.
내리는 빗줄기는 가늘었지만 옷젖을 정도는 되었다.
비는 밤새워 내렸다. 그러고서도 성에차지 않았는지 아침나절까지 끊임없이 내려댔다.
봄가뭄끝에 내린 단비였다. 해갈을 시켜줄만큼 흡족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목을 축일양은 되었다.
봄비가 촉촉히 내렸으니 이땅, 산야엔 이제 곧 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진달래, 복사꽃, 살구꽃, 개나리꽃이 앞다투어 피어날 것이다.
봄비가 꽃들을 몰고오면 우린, 겨운내내 움츠려들어 뻣뻣해진 몸과 마음을 기지개 활짝 펴고 꽃들의 향연에 빠져들 것이다.
봄비는 분명, 누가 뭐래도 꽃들의 향연을 몰고오는 전령傳令인 것이다. 아름답고 고운 전령말이다.
고마워라. 봄비 전령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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