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물따라

운수 나쁜 날.1/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12. 9. 19:57

엊그제 저녁이었다.

동네 선배와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모임이 있어 일찍 일어섰다. 시계를 보니 5시50분이었다.

내가 일어서니 친구 경호도 따라 일어섰다. 그래서 놀음은 시간 맞춰 적당히 판막음되었다.

친구는 저네 집으로 가고 나는 기관차사무소 맞은 편에 있는 엄마손두부를 향해 자전거페달을 밟고 있었다.

신호등이 없는 흥구석유 앞 횡단보도에서였다. 자전거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가고 있었다. 횡단보도 한가운데에서 반대 차선으로 조금쯤 들어섰을 때였다. 멀리 어디선가에서 파란신호가 떨어졌는지 차량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차보다는 사람이 먼저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가고 있으면 차는 우선멈춤을 하던지 서행을 해야한다. 자전거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도 보행자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그렇게 명시되어있다. 질주하는 그 많은 차량들 중 어느 하나도 법규를 자키는 차량은 없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앞만보고 쌩쌩 내달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차가 다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타이턴같은 소형트럭이 나를 향해 돌진해 오고있었다. 겁나게 달려오던 차는 내 자전거를 들이받더니 저쯤에서 멈춰섰다.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피할 수도, 겨를도, 없었다. "어~!" 소릴지르며 나가떨어졌다.

트럭운전수가 운전석에서 뛰어내렸다. 쓰러진 나에게 달려왔다. 나는 부시시 일어났다. 멀쩡했다. 몸 어느 한군데도 다친곳이라곤 없었다.

나를 쓸어안은 그사람이 말했다.

"어르신 괜찮습니까?"

내가 되물었다.

"사람이 자전거를 끌고 횡단보도를 지나가고 있는데 왜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갔소?"

그사람이 대답했다.

"반대편 불빛때문에 어르신을 미쳐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어르신 정말로 죄송합니다."

운전수는 자기 손으로 도로 한켠에 치워놓은 자전거를 일어켜세웠다. 자전거는 앞바퀴가 굴러가지 않았다.

그사람은 지갑을 열더니 5만원권 두 장을 내손에 쥐어주며, "어르신 놀라시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얼마 안되지만 자전거 수리하십시오."

받았다. 저전거 수리도 해야하고 그보다도 간떨어지게 놀랐으니 위로금 셈치고 받아넣었다.

나도, 사고를 낸 5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그 터럭운전수도 엊그젠 참으로 운수나쁜 날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천만다행한 날이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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