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시월보름달/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12. 2. 19:22

 

 

 

 

 

동산에 달이떴다.

둥근 보름달이 둥실 떠올랐다.

둥글다. 부잣집 맏며느리처럼 얼굴이 환하고 둥글다.

옛날 어릴적엔 저 둥근 보름달을 일곱 살 더 먹은 누야와 같이 보곤했다.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와 누야 그리고 나, 그렇게 다섯 식구가 마루끝에 서서 밝은 보름달을 쳐다볼 때도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를 세월이 데려갔다.

열네 살 단발머리 누야를 일흔여덟 안노인네로, 일곱 살 꼬맹이를 일흔에 점 하나를 찍어놓았다.

 

밤하늘 달을 올려다본다. 둥근달인데, 밝고 환한 달인데, 겨울 달이라서 그런지 차게 보인다. 싸늘하게 보인다.

저 달이 포근하게 보이려면 겨울 삼동을 지나고 춘삼월 봄이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