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무지하게 더운 여름날이면 주전자 들고 조작조작 중날산 기슭에 있는 윗샘에 갔습니다. 시원한 물을 뜨러 조작조작 걸어서 윗샘에 갔습니다.
마을 아래에 있는 아랫샘보다 바위틈에서 퐁퐁 솟구치는 중날산 기슭에 있는 윗샘 물이 훨씬 더 시원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주전자에 길어온 물에 사카린 몇 알 넣어 휘휘 저어서 온 가족이 몇 모금씩 마시곤 했습니다.
어머니는 밤이면 옛날 얘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달님을 집어삼킨 그 못된 불개 이야기를, 별순 달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 엉큼하고 나쁜 호랑이가 썩은 동아줄을 잡고 하늘에 올라가려다 동아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수수밭에 "캑" 하고 곤두박질쳤습니다. 수수대궁에 꿰인 호랑이 엉덩이에서 피가 질금질금 날땐 누나와 나는 너무도 통쾌해 "깔깔" 웃었습니다.
어머니가 얘기를 들려주시던 밤이면 애랫채 지붕위엔 박꽃이 하얗게 피어났습니다. 까만 밤을 밝혀보려고 박꽃은 그렇게 피어났습니다.
앞산 비둘기는 밤새워 울었습니다.
"구구구구 구구구구 계집죽고 자식죽고
앞 마당에 매어놓은 암소죽고 구구구구"
산비둘기 울음소리 듣고 하얀 박꽃 몇송이가 더 피어났습니다. 까만 밤은 그맘큼 더 환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