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릴 적엔 설을쇠고 초닷세가 지나면 소날, 범날, 토끼날이라고 하면서 콩이나 수수를 볶아 먹었다.
그렇게 정월대보름까지 하루하루가 축일로 이어져갔다. 대보름날은 오곡밥해 먹고 밤이면 밝은 달님에게 소원을 빌었다. 물론 윷판도 벌렸다.
내고향 문경지방에서는 오곡밥을 '찰밥'이라고 했다. 요즘도 그렇지만 옛날에도오곡밥은 찹쌀에 콩과 팥, 밤같은 견과류를 섞어넣어 지었다.
무슨 날, 또 무슨 날 하며 콩볶아 먹고 수수 볶아먹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60여 년이 지나버렸다. 나날이 축일이었던 그 아름다웠던 날들이 나이 든 가슴에 추억으로 남아 전설되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