二十樹下 三十客 四十村中 五十食(이십수하 삼십객 사십촌중 오십식)
人間豈有 七十事 不如歸家 三十食(인간기유 칠십사 불여귀가 삼십식)
스무나무 아래 낯선 나그네여. 망할놈의 동네에서 쉰 밥을 주는구나.
인간으로서 어찌 이런 일이 있으리오. 집에 돌아가 선 밥 먹기만 못 하구나.
김삿갓의 그 유명한 시, '二十樹下'이다.
이 시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뜻이 통하지 않는다.
이두식으로 발음나는 그대로 해석해야만 뜻이 통한다.
여기에서 김삿갓의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二十樹下' 란 스무나무 아래가 아니라 스무 집쯤 되는 작은 마을을 뜻한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울안에 나무 한 그루씩은 있었기 때문이다.
'三十客' 은 '서른 명의 나그네가 아니라' '낯이 선 나그네'라는 뜻으로 해석을 해야한다.
다른 구절도 마찬가지다.
유리걸식하던 김삿갓이 한양이 가까운 경기도 고을의 어느 마을에 들어섰다.
한양이 가까워서일까. 인심이 사나웠다.
점심때가 훨씬 지나서였다. 찬밥이라도 한 술 얻어 먹으려고 마을 어귀에 있는 작은 집에 들렸다.
"지나가는 나그네 입니다. 점심 한 끼 신세질까 하고 들렸습니다. 찬밥이라도 있으며 한 술 주십시오."
그렇게 밥 한 그릇을 청했다.
찬바람이 쌩쌩나는 젊은 여인이 개다리 소반에 식은 밥 한 그릇과 찬물 한 사발,
간장 한 종지를 얹어 마당으로 가지고 나왔다.
한술 뜨려고 숟가락을 들었다. 밥에서는 쉰내가 물씬 풍겼다.
그래도 시장했던 터라 물에 말아 한 숟갈 입에 넣었는데 너무 역겨웠다.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밥이었다. 상을 물렸다.
밥상을 되가져 가며 되바라지게 생겨먹은 여인이 종알거렸다.
"흥, 얻어먹는 주제에 찬밥 더운 밥을 가리네!"
그렇게 구박을 받고 탄생한 시가 '二十樹下'이다.
김삿갓이 세상을 떤지도 어언 160여 년이 흘렀다.
김삿갓은 천상에서도 이 마을 저고을로 바람처럼 나다니며,
밥 한 끼 막걸리 한 사발 얻어 마시며 껄껄대지 않을까?
천상이란 아무래도 속인들이 살아가는 인간세상과는 판이하게 인심이 다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