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방석 열개만큼 큼직한
동그라미 안에는
파란 하늘이 있었습니다
파란 하늘 속에는 하얀 뭉게구름이 떠있었습니다
바람이 일 때마다
뭉게구름은 꽃이 되고 나비가 되고
새가 되어 재잘거렸습니다
조그만
계집아이가 물을 길으려고
두레박을 동그라미 속으로 던졌습니다
두레박은 아이를 얕잡아 보았습니다
동그라미 밖으로 올라오지 않고
아이를 동그라미 안으로 끌어당겼습니다
아이가 퐁당 동그라미 속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마을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사다리가 동그라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노미야, 사다리 타고 올라오느라!"
사람들의 외침소리가 바람타고 들려왔습니다
아이는 한 칸 또 한 칸
사다리를 타고 동그라미 밖으로 빠져 나왔습니다
동그라미는 전설되어
사람들의 가슴에 묻혔는데
그때의 아이는 예쁜 두 손녀딸의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고향마을 앞산에는 산비둘기 울겠지요
파란 하늘에는 뭉게구름도 피어났을 테지요
세월의 축이
몇 바퀴 돌아가 버린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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