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아가기
꼬마총각이
창문 앞에 딱 붙어서서
경비실 안을 엿보다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할아버지가 웃는다
빙긋이 웃는다
꼬마도령이 웃는다
뱅긋이 웃는다
둘이
마주 쳐다보며
빙긋
뱅긋
웃는다.
하늘 가리기
경비실 문
똑똑 두드리고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여섯 살배기 꼬마아가씨
어느 날
피할 곳도 없는 골목길에서
할아버지와 마주쳤다
요 녀석
딱 걸렸다
어디로 도망질 하나
어디 한 번 두고 보자
날름
조그만 두 손이
팥잎만한 얼굴을 가린다
하늘도,
하얀 뭉게구름도,
바람아줌마도,
꼬마아까씨이 두 손안에
꼭꼭 숨어들었다.
빈 지갑
방 한쪽에 둔
할머니 빨간 지갑
일곱 살 배기 손녀딸이
만지작만지작
"왜?"
"엄마 지갑에도,
아빠 지갑에도,
돈 없어요!"
할머니가 건네주시는
천 원짜리 한 장
받아들고
손녀딸은 동네 구멍가게로
나풀나풀
할머니 가슴속엔
보슬비
보슬보슬.
짝꿍
조잘조잘
재잘재잘
소곤소곤
팔딱팔딱
무에
그리 우스운지
손 맞잡고
까르르르
햇님이
내려다보시고
조용히 하래도
재잘재잘
팔딱
못들은 척
깔깔깔.
내일
어제 내린 단비에
산과 들이 해맑다
햇볕 쨍쨍 내려쬐는 한낮
더워서일까?
바람아줌마도 나무가지에서 내려오질 않는다
가위바위보!
두 꼬마공주님이 조그만 손을 쏙쏙 내민다
고사리 같은 손 두개가
바위로, 보자기로, 냉큼 냉큼 변한다
저 만큼 떨어져 있는 곳에서 또 한 녀석이 쪼르르 달려온다
그리곤,
서로 어깨를 감싸 안고 속닥속닥 까닥까닥
이마에는 옥구슬
대구루루
솜박꼭질도 아닌데 무슨 놀이람?
바람아줌마는 알 것 같아
미루나무 올려다보며 물어본다
"할아버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바람새댁 생긋 웃으며 대답하더니
아이들에게 부채질해주려고
살랑살랑 내려온다
참 고옵다.
아침
좁다란
골목길에서 들려오는 소리
속살속살, 소곤소곤
보슬비 내리는 소리
조그만
우산 속에서 새어나오는 소리
재잘재잘
속닥속닥
아이들 학교가는 소리
노란 가방
파란 가방
가방 두 개가
좁다란 골목길을 걸어갑니다
이마를 마주하고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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