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동시모음/문경아제 김동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6. 5. 17:38

   옮아가기

 

꼬마총각이

창문 앞에 딱 붙어서서

경비실 안을 엿보다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할아버지가 웃는다

빙긋이 웃는다

꼬마도령이 웃는다

뱅긋이 웃는다

 

둘이

마주 쳐다보며

빙긋

뱅긋

웃는다.

 

 

 

 

   하늘 가리기

  

경비실 문

똑똑 두드리고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여섯 살배기 꼬마아가씨

 

어느 날

피할 곳도 없는 골목길에서

할아버지와 마주쳤다

 

요 녀석

딱 걸렸다

어디로 도망질 하나

어디 한 번 두고 보자

 

날름

조그만 두 손이

팥잎만한 얼굴을 가린다

하늘도,

하얀 뭉게구름도,

바람아줌마도,

꼬마아까씨이 두 손안에

꼭꼭 숨어들었다.

 

 

 

 

 

 

   빈 지갑

 

방 한쪽에 둔

할머니 빨간 지갑

일곱 살 배기 손녀딸이

만지작만지작

 

"왜?"

"엄마 지갑에도,

아빠 지갑에도,

돈 없어요!"

 

할머니가 건네주시는

천 원짜리 한 장

받아들고

손녀딸은 동네 구멍가게로

나풀나풀

 

할머니 가슴속엔

보슬비

보슬보슬.

 

 

 

 

 

 

 

   짝꿍

 

조잘조잘

재잘재잘

소곤소곤

팔딱팔딱

 

무에

그리 우스운지

손 맞잡고

까르르르

 

햇님이

내려다보시고

조용히 하래도

 

재잘재잘

팔딱

못들은 척

깔깔깔.

 

 

 

 

 

 

   내일

 

어제 내린 단비에

산과 들이 해맑다

 

햇볕 쨍쨍 내려쬐는 한낮

더워서일까?

바람아줌마도 나무가지에서 내려오질 않는다

 

가위바위보!

두 꼬마공주님이 조그만 손을 쏙쏙 내민다

고사리 같은 손 두개가

바위로, 보자기로, 냉큼 냉큼 변한다

저 만큼 떨어져 있는 곳에서 또 한 녀석이 쪼르르 달려온다

그리곤,

서로 어깨를 감싸 안고 속닥속닥 까닥까닥

이마에는 옥구슬

대구루루

 

솜박꼭질도 아닌데 무슨 놀이람?

바람아줌마는 알 것 같아

미루나무 올려다보며 물어본다

"할아버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바람새댁 생긋 웃으며 대답하더니

아이들에게 부채질해주려고

살랑살랑 내려온다

참 고옵다.

 

 

 

 

 

 

   아침

 

좁다란

골목길에서 들려오는 소리

속살속살, 소곤소곤

보슬비 내리는 소리

 

조그만

우산 속에서 새어나오는 소리

재잘재잘

속닥속닥

아이들 학교가는 소리

 

노란 가방

파란 가방

가방 두 개가

좁다란 골목길을 걸어갑니다

이마를 마주하고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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