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물따라

동반자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3. 23. 13:39

 

곁에 오도카니 앉아있던 집사람이 어느결에 간호사실 구석에 있는 자동혈압기에 팔을 들이밀고 있었다. 집사람은 혈압을 재고 있었다

혈압을 다 재었는지 집사람은 간호사에게 뭐라고 묻는 것 같았고 간호사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 같았다. 모르긴 해도 집사람은 이렇게 물었을 것이다. "왜 이렇게 혈압이 많이 나올까요?" '성격이 밉상스럽기 때문이지요!' 간호사는 그렇게 대답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가만히 있다가도 집사람은 병원에만 가면 혈압이 올라간다.. 성격이 고약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렇다. 혈압을 한번 재었으면 그만이지, 금방 또 잰다고 혈압이 떨어지나.

집사람은 50대 후반에 척추디스크 수술을 받고 경대병원에 열흘 넘게 입원을 한 적이 있었다. 앙얼앙얼하는 그 고약한 성격 때문이 담당간호사 눈밖에 나버렸다.

담당 간호사가 나가버리면 자기가 한 짓거리는 생각도 않고 집사람은 그렇게 공시랑거렸다. "기지바 고고 디기 못땠네!"

매사에 그런 집사람이었지만 나에게는 천금같은 사람이다. 노년을 함께 걸어가야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인생길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함께 걷는 인생길 조금 덜 아프고 고생스러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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