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이 참으로 곱고 맑은 한낮이로구나.
수빈아, 잘 있었니?
할아버지가 마지막 근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작년 12월 31일 밤열시쯤에도 초소앞 가로등은 마을 앞길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그날 밤 수빈이 너는 마지막 근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할아버지를 배웅하려고 편지 한통 써들고, 조그만 케익 한 상자 사들고, 아빠 손잡고 경비실을 찾았었다.
그런 너를 보면서 할아버지는 '수빈이가 참 많이도 컸구나!'라고 생각하며 빙그레 웃었다.
수빈아!
할아버지에게도 너처럼 예쁜 두 손녀딸이 있단다.
큰 놈은 너보다 두 살 적은 열두 살 초등학교5학년이고, 작은 놈은 여덟 살 초등학교1학년이란다. 할아버지 손녀딸들은 경기도 의왕시에 살고 있단다.
설을 쇠었으니 이제 수빈이가 열다섯 살, 중학교2학년이 되는구나.
수빈아, 할아버지가 너에게 몇 마디 부탁을 하련다.
책 많이 읽어라.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 되고, 지식의 밑거름이 된단다. 물론 두말할 것도 없이 학생의 본업인 공부는 열심히 해야한다. 그리고 잘 놀아라. 신바람나게 잘놀 줄 아는 학생이 공부도 잘 한단다.
답장이 늦어서 미안하구나.
엄마 아빠께 안부 전한다고 여쭈어라. 언니에게도.
담에 만날 땐 더 예쁘게, 몰라보게 자랐을 네 모습을 기대해보마.
겨울감기조심하거라.
2019년 2월 6일
영주교회 앞에서
경비할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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