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동서울행 버스에 올라앉았다.
영주 촌사람 문경아제가 한양나들이길에 나섰다.
나들이길이지만 팔자좋아 나서는 유람길이 아닌, 아산병원에 피검사 받으러 가는 길이다.
여기서 잠깐, 혹자는 이렇게 묻는다. 왜 영주에 살고있는 영주아재가 문경아제라 하느냐고.
그렇다. 나는 분명, 영주에서 43년을 살아가는 영주사람 영주아재다. 아무리 그렇다지만 난 고향이 문경이다. 해서, 별명삼아 필명(筆名)삼아 문경아제를 쓴다.
성내천은 언제 보아도 새카맣다. 단 한번도 냇물답게 푸르게 보일때가 없다. 까맣게 썩어버린 물을 담아 흘러보내야하는 저 내도 팔자한 번 고약하다.
위치 좋은 곳은 곳에 태어나서 유유히 흘러가는 영주 서천을 저 내는 부러워하고 있을 것이다.
까마득히 높다랗게 매달린 성내천다리를 건너다니며 저 아산병원을 오간지가 올해로 꼭 15년이 되었다.
하얀 궁둥이 하늘로 치켜들고 자맥질하며 물고기 사냥하는 청둥오리 바라보고 히죽히죽 웃으며 저 다리 건너다닌지가 꼭 15년 되었다.
진료결과가 좋으면 기분좋게, 좋지 않으면 시무룩한 표정으로 15년이란 세월을 저 다리를 건너 다녔다.
그러면서 병도 삶의 한 조각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터득하게 되었다. 저 다리를 첨 건넸을 때 쉰일곱이던 나이가 어느새 일흔둘이 되었다.
빼곡히 들어찼던 지하철의 그 많은 사람들도 지금쯤은 나처럼 이렇게 집에 들어앉아 편히 쉴것이다. 안락을 취할 것이다. 내일의 태양을 맞이하기 위해 그렇게 숨을 고를 것이다.
그래,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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