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물따라

거꾸러 가는 시계/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9. 21. 07:39

 

18일 아침, 직원회의때 소장이 지시했다.

추석날도 정상출근하라고.

경비원생활 13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다섯분의 소장께서 다녀가셨지만, 이런 일은 없었다.

여태껏 추석날 근무자는 차례 일찍 지내고 열시쯤에 출근했다. 그것은 내가 우리 아파트에 일을 하기 시작한 2004년 5월15일 이전부터 이어져온 관습이었다.

관리사무소를 다 비울 수 없으니 차례를 지내지 않는 직원 중엔 당번으로 남을 사람이 꼭 있었다.

그 아름답던 전통이, 동료를 위한 배려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아무리 원리원칙이 근무질서를 지탱하는 주춧돌이라 한다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 추석차례는 어쩔 수 없이 밤 열시 넘어 퇴근하고 지내야겠다. 아침 여섯시까지 정상출근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우리 아파트 시계는 이번 추석부터 거꾸러 돌아간다.

만(萬)의 하나, 하늘무너질봐 어찌 사누!

 

큰아들이 사준 5백만 원짜리 저 우리 집 벽시계는 정상으로 돌아간다. 하긴, 비싸디 비싼 5백만 원짜리 벽시계니까.

10여 년전, 우리 집 안방에 저 벽시계를 걸어놓은 큰 아들에게 집사람은 거금, 5백만 원을 건네줬다. 무슨 무슨일로 5백만 원이 필요하다는 큰 아들 말을 듣고 그렇게 5백만 원을건네줬다.

그때 두살이었던 큰 손녀딸이 열두살 초등학교5학년이 되었다.

아파트벽시계는 거꾸러 돌아가도 우리 집 두 손녀딸은 예쁘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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