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오월초닷세 단오이다.
남간재 아랫동네 토박이 친구들 얘기에 의하면 옛날엔 남간재 초입에 서 있는 나이 오백여 살 된 느티나무에도 그네를 매었다고 한다.
옛날 지금의 우리 또래가 어렸을 적엔 단오날엔 이땅 그 어느 동네나 크다란 나무아래엔 그네가 매어져 있었다.
동네 청년들은 단오 전날 저녁이면 지게를 지고 집집마다 다니며 짚을 추렴했다.
그렇게 추렴한 짚으로 동무걸 동박나무밑에서 막걸리 받아놓고 밤이 이슥하도록 그네 두 채를 드렸다.
나이 열여덟이 되자 우리 또래들이 그 일을 떠맡았다. 민속은,전통문화는 그렇게 물흐르듯 이어져나갔다.
눈감으니 보인다. 황톳불 밝혀놓고 동박나무 아래서 그네줄 드리던 동무들 모습이.
그네 아래 앉아서 읍내 점방에서 떼어 온 과자 팔던 샘걸에 살든 나보다 두살 작은 분이의 동그란 얼굴이 눈 감으니 보인다.
그네에 올라앉은 자태가 달나라 항아님 보다 더 고왔던 배나무집 세째며느리의 모습도 눈 감으니 보인다.
아쉽게도 단오는 언제부턴가 잊혀진 명절로 전락하고 말았다. 나이 든 노인네들의 가슴속에 감추어진 추억의 명절이 되어버렸다.
오늘밤, 하늘이 맑으면 오월초나흘 쪽달이나 올려다봐야겠다.
샛별과 대칭으로 앉아있을 가히 예술적인 쪽달 올려다보며 그 옛날 단오날 저녁 그넷줄 함께 드리웠던 친구들 생각하며 히죽히죽 웃어나 봐야겠다.
'길따라 물따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5/문경아제 (0) | 2018.06.18 |
---|---|
문경아제의 꽃이야기/문경아제 (0) | 2018.06.17 |
해저문날 강언덕에 서다/문경아제 (0) | 2018.06.15 |
영주아리랑/문경아제 (0) | 2018.06.10 |
저녁노을5/문경아제 (0) | 2018.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