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어릴 적, 얘기다. 60년이 지나버린 아스라이 멀어져간 그 옛날의 얘기다.
오늘같이 추운날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건들배기 병만이네 밭에 있는 담뱃대궁 빼어내 황톳불 질러놓고 빙둘러서서 한참을 쬐다가 학교에 가곤했다.
6학년이었던 아랫담 동구형도, 앞집 길영이형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쓰러지고 말았다는 소식을 수년 전에 바람이 전해줬다. 가은, 농암 가근방 씨름판에선 당할 장사가 없었다는 동구형도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었나보다.
젊은 시절, 면내 콩쿨대회를 휩쓸고 다녔던 길영이형도 세월의 벽은 뛰어넘지 못했나보다.
거울같은 시냇물 송아지 음매하는
뻐꾹새 내고향 자명새 내고향
만년필 빼어들고 박자 맞춰가며 노래부르던 길영이형이 생각난다.
오늘같이 추운날은 동구형이, 길영이형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그 옛날 동네형들이 몸서라치게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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