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찌르자 오랑캐 몇백만이냐
대한남아 가는데 초개로구나
나가자 나가 승리의 길로
나가자 나가 승리의 길로
군가를 불러가며 청군과 백군으로 갈라진 두 팀은 대장말을 앞세우고 운동장의 동쪽과 서쪽으로 늘어선다.
전운이 무르익는다. 탕! 하고 선생님이 총을 쏘아대자 두 팀의 대장말친위대원들이 대장말을 빙 둘러싼다. 대장말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돌격대는 와!하고 고함을 지르며 적진을 향해 내닫는다. 불꽃 튀는 접전이 벌어진다.
가을운동회의 백미는 기마전이다. 기만전은 대장말이 든든해야 한다. 물론 대장말에 타는 기수도 훌륭한 전사여야 하지만.
민지에 사는 두균이 형과 성밑마을 완선이 형은 참으로 듬직한 대장말이었다. 동환이 형과 종봉이 선배는 쌈 잘하는 대장말의 기수였다.
이 가을! 그 옛날의 운동회가 생각이 난다. 그 형들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집안 형님인 동환형은 애석하게도 지병으로 50대 초반에 돌아가셨다.
눈감고 형님의 명복을 빌어본다. 왜관 성베네딕도수도원에서 수도신부로 봉직하셨던 김 라우엔시오 동환 신부님!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는, 동글동글하게 생긴 어릴 적의 모습을 떠올려 보며 빙그레 미소 한 번 지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