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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신부님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8. 11. 12:23

어릴 적, 내 고향 문경 가은성당에 성이 '지'씨인 신부님이 계셨습니다. 그 신부님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신부님은 키가 180cm가 넘는 거구였습니다. 얼굴은 온통 누르스름한 긴 수염으로 가득했습니다.

신부님은 우리 동네 공소를 찾아오실땐 까만 오토바이를 타고 오셨습니다.

어느 집 사랑방을 공소로 이용했습니다. 신부님은 미사 중 강론을 하실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성유공소 신자 여러분! 밀까루도 믿찌 말꼬 우윳까루도 믿지말꼬 빤드시 천주교회를 믿어야합네다."

신부님은 독일 분이셨습니다. 신부님은 어눌한 말투로 그렇게 강론을 하시곤 했습니다. 지금의 아프리카 빈국처럼 1950년대 중, 후반 한국전쟁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은 그 당시의 대한민국은 지구촌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구미 선진국들의 원조에 의해 나라의 살림을 지탱할 수 밖에 없든 때였습니다. 서구 여러나라의 성당이나 교회로부터 막대한 구호품이 들어왔습니다. 그러한 구호품들은 기아에 허덕이는 이 땅의 민생들에게는 바로 구세주였습니다.

동네 꼬맹이들은 지신부님의 어눌한 말투를 흉내냐면서 골목길을 뛰어다녔습니다.

"여러분, 밀까루도 믿지말꼬 우윳까루도 맏지 말꼬 반뜨시 천주교회를 맏어여합네다!"

벌써 60여 년이 다되어가는 까마득한 옛날얘기입니다.

이제는 하늘나라에 계실 그 옛날의 신부님, 지신부님이생각납니다. 오늘따라 왠지 그 신부님이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