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도 의왕시에 살고 있는 두 손녀딸이 추석쇠러 온단다. 집사람은 며칠 전 부터 벼르고 있다. "신우 내려오면 시켜봐야지. '차렷, 경례' 씩씩하게 구령 잘 붙이는가?" 를.
집사람이 그렇게 벼르는 것은 초등학교2학년인 큰 손녀딸이 지난 8월에 반장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야무지지도 못하고 어벙하리 만큼 순하디 순한 손녀딸이 반장이라니. 친구를 끌어 당기는 묘한 매력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 집안에서 학급반장이 나기는 55년 만이다. 할아버지인 내가 반장을 한 뒤론 처음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 반 밖에 없는 조그만 시골학교에서 1학년때부터 6학년까지 줄곳 반장을 했었다.
함께 살고있는 애물단지 딸아이가 초등학교4학년 때 부반장에 떨어지고 울고불고 난리가 난적이 있기는했었다.
그래, 어벙한 할아버지가 반장을 잘 해낸 것처럼 손녀딸도 잘 해 낼 것이다.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결코 아닌 것은 아니라고 고함 빽빽 질러가며 그렇게 반장일을 잘 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