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구비 고갯길에 달빛이 젖어던다. 자갈길 시작로를 빈 달구지가 돌아간다.
"그래, 급할 것도 없으니 좀 쉬었다 가자구나! 막걸리 한 사발 마셔가며..."
워낭이 가던 길을 멈춘다. 아랫마을 주막집에서 받아온 막걸리 두어 되를 되가웃은 상일꾼 워낭에게 먹이고
나머지 반 되는 수레꾼이 마신다.
한참을 쉬었나 보다. 초록 보리밭골에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술기운이 온 몸에 아른거린다.
"그만 가자! 너무 쉬면 일어나기 싫다." 별빛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막걸리 두어 사발에 창 가락이 쏟아진다.
"한 많은 이이 세에사앙 야소옥한 니임아아....." 팔 휘저어가며 수레꾼이 첫 소리를 매기자 워낭이 퉁방울 같은 눈을 끔벅이며
다음 소절을 받는다. "정을 두고오 모옴만 가니이 눈물이 나안다." 걸쭉한 목소리에 달빛이 휘감긴다.
이번에 내 차례, 기다리고 있던 앞산 부엉이가 눈 지그시 감고 꺽꺽대는 소리로 마지막 구(句)를 채운다.
"아무려엄 그러치이 그러코오 마알고오 한 오배액녀언 사자는데에 웨엔 서엉화아요오"
땡그랑 워낭소리 뾰족바위 돌아간다. (2013.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