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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3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2. 1. 11:21

 

 

재작년 9월 초순 어느 날 밤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대장내시경을 받기로 예약되어 있었다.

저녁밥을 먹고 한참 뒤인 8시쯤 장세척용 약봉지를 꺼내들고 갈등을 하고 있았다. 이 약을 먹으면 밤새도록 설사를 한다던데, 대장내시경을 받을 때는 고통이 말할 수 없이 크다는데, 그런 걱정을 하면서 약봉지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똑 똑 똑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그렇게 말하고 문을 열어보았다. 수빈이 엄마였다. 수빈이 엄마가 생긋이 웃으며 서있었다. 손에는 노란 목도리가 들려있었다.

 

"안녕하세요? 수빈이 엄마! 어떻게요?"

"아저씨! 아침, 저녁으로 싸늘할 때 이 목도리 목에 두르고 다니세요. 따뜻하게요."

"아유, 고맙습니다. 단디 두르고 다닐께요. 수빈이 엄마."

 

틈날 때마다 짬짬이 한올한올 떴다는 그 고운 목도리를 나는 계속하고 다녔었다. 그러든 것이 올해부터 집사람이 자기가 하고 다닌다며 빼앗아가 버렸다.

 

"당신은 허드레일 많이 하는데 까만 목도리 하고 다니시우. 쓰레기장 먼지 투성이인데 까만 목도리가 제격 아니우. 이젠 내가 목에 두려고 다닐게요."

 

아내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 소중한 목도리를 앗아가 버렸다.

목도리의 소유권은 그렇게 집사람에게 넘어가 버렸다. 집사람도 알 것이다. 수빈의 엄마의 아름다운 마음을, 내게 들어서 간접 경험을 했으니까.

수빈이 엄마의 고운 마음은 우리 내외가 그렇게 공유하게 되었다.

겨울하늘이 참 맑다. 푸른 하늘이 곱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