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둘러메고 자전거를 타고 퇴근길에 나선다. 밤길을 밝혀주는 주황색 가로등이 유난히 곱다.
어느해 겨울이나 그러하듯이 겨울밤의 퇴근길은 춥기 마련이다. 하긴 겨울속의 봄날이라는 그런 날 밤은 예외이긴 하지만.
춥긴 하지만 노래를 불러본다. 음치는 면했지만 나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다. 그래도 노래는 무척 좋아한다. 그런 내가 온종일 입을 벌리고 흥얼거리면 집사람은 이렇게 말하다."꼭 노래 못 하는 사람들이 왼종일 저렇게 입을 벌리고 있다니까!" 집사람이그렇게 말할만도 하다. 집사람은 처녀때 가수지망생이었기 때문이다.
네온등이 희미하게
꺼져가는 삼거리
"이 사람아, 박자 놓쳐버렸네!"누군가 하고 뒤를 돌아다 보았더니 전봇대에 대롱대롱 매어달린 주홍색 가로등이 빙그레 웃으며 내려다본다.
"그런가.내가 박치라서. 자네도 머리 아픈가? 우리 집 사람은 내가 노래부르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던데."
"그 정도는 아닌데."
가로등의 심사평에 용기를 내어 다음 구절을 불러댄다.
이별 앞에 너와 나는 한없이 울었다.
이 노래를 끝내고 두서너곡쭘 더 부르면 우리 집 대문 앞에닿으려니.
추억만 남겨놓고
끝나버린 불장난
'그 참 누군지 노래 참 자알 한다.' 그렇게 궁시렁대며 빙그레 웃는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영시처럼
사랑은 안녕
자전거는 영주목욕탕 앞을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