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하고 야인이 되어버리면 해보고싶었던 꿈이 있었다.
훨훨날아다닐 듯 떠돌아다니는 여행이었다.
길가다가 고택지붕위에 떠있는 하얀 낮달을, 칸살이 촘촘한 문살속으로 넘나드는 환한 햇살을 카메라앵글에 잡아보고 싶었다. 햇살너머로 어렴풋이 비취는 우리네 할머니들의 명주고름같이 고운 하얀 머릿결을 느껴보고도 싶었다.
비오는 날, 고택의 추녀밑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보고도 싶었다.
오늘은 이 마을에서 내일은 또 저 마을에서 그렇게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면서 하고많은 이땅의 고개들을 한 고개 또 한 고개 넘어보고도 싶었다.
꿈이었다.
가슴속에 꿈틀거리고 있던 꿈이었다.
공무원생활을 중도에서 집어치우고 국영기업체로, 또 공무원으로 전직을 두어번 하였더니 국가에서 받는 연금이라곤 국민연금 20여 만원밖에 되지않았다.
해서, 먹고살려고 선택한 직업이 아파트경비원이었다.
퇴직을 이틀 앞두고 초소에 쭈구려앉아 환상으로 끝나버린 그 옛날에 꿈꾸었던 멋스러운 노년의 꿈을 몇줄의 글로엮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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