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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처럼 빠른 세월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5. 11. 12. 21:57

동네에 사는 후배의 아들이 있었다. 그 녀석 이름이 용우라고 했다. 어느날 길에서 아빠손을 잡고 걸어가는 용우를 만났다.

녀석은 동글동글 다부지게 생겼다. 녀석의 볼따구를 살짝 거머쥐고 흔들어보았다. 그런데 요 녀석이 입을 앙다물고 눈을 치켜뜨고 나를 째려보았다. '어라, 요 녀석 봐라! 만만 찮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한 번 더 잡아당겨 보았다. 그랬더니 이번엔 이렇게 응수했다. "어허"

모든 것은 삼세판이었다. 한 두판 패배에 승복하지 않는 것은 세상사의 관행이었고 불문율이었다. 설마 요번에는 어쩔것이냐! 그렇게 맘 다부지게 먹고 한 번 더 고 맹랑한 녀석 볼따구니를 거머쥐고 흔들었다.

그랬더니 요녀석도 더 세게 맞받아 쳐왔다. "맞알라고!" 그렇게 판정패를 당하고 내가 졌다하고 백기를 들었다.

수년 전에 고 맹랑했던 녀석이 장가를 든다고 연락이 왔다.

'용우가 벌써 장가를 가아.그 가당찮은 꼬맹이가 장가를 간다고.'

세월은 그동안도 알게 모르게 쏜살 같이 흘러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융통성이라고는 눈굽만큼도 없는 세월은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바라보고 달려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 용우도 지금쯤 예쁜 공주나 아님 떡두꺼비 같은 도령님 낳아 잘살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빙그레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