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아스라이 멀어져간 옛 동무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까마득한 그 옛날 어깨동무하고 자갈길 오릿길을 토닥토닥 걸어서 학교에 함께 다니던 영순이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후후새 울던 밤! 할머니 품을 파고들던 따끈한 아랫목이 생각나는 그런 계절이다.
채마에서 갓뽑은 무 생채 썰어 산초기름 몇 방울 떨어뜨려서 비벼 먹던 그 기막힌 밥맛이 새록새록 기억에 잡히는 계절이다.
가을은 나를 생각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자신을 성찰하고 부족한 면은 키워가는 그런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잎 떨어진 은향나무를 올려다 보며 우주의 질서를 음마해 보는 계절도 바로 가을, 가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