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물따라

피서(避暑)1/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7. 23. 09:34

 

 

아침밥으로 삶은 찬밥 한 그릇을 먹었다. 반찬으론 양념장과 명태무침이 나왔다.

그렇게 먹는 삶은 밥은 먹을만 하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했다. 뜨거운 삶은 밥 한그릇을 퍼먹고 땀흘리고 나면 뱃속이 편하다. 더 욕심부려 나막김치라도 곁드린다면 금상첨화이려니.

삶은 밥 한술 얻어먹고 방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천정을 올려다본다. 피서(避暑)다. 조선천지에서 제일 근사한 문경아제식 피서법이다.

"째깍째깍!" 시계는 잘도간다.

엊그제까지 들리지 않았던 벽시계 가는 소리가 엊저녁부터 들리기 시작했다. 귀가 되살아난 것이다. 나이들면 그렇게 청력도 왔다갔다하는 모양이다. 수년전에도 그랬다. 그해에는 여름 무더울때 가버린 청력이 가을 선선한 바람이 불자 되돌아왔다.

 

안방문위 벽에 걸려있는 딸아이가 초등학교6학년 때 타온 상장을 올려다본다. 착한 어린이상이다.

딸아이는 어릴때 공부를 아주 잘했다. 그런 딸아이인지라 상장도 수없이 타왔다. 그 많고 많은 상장 중에 저 상장만이 32년동안 벽위에 저렇게 걸려있는 것은 '착한 어린이상' 이라는 값어치 때문이다.

딸아이가 마흔다섯, 애비인 내가 일흔둘이 되었다.

세월은 그렇게 바람처럼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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