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물따라

찔레꽃6/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5. 23. 18:59

 

 

 

 

 

 

어제는 불기 2562년 부처님오신날이었다.

격일제근무자인지라 집에서 쉬고있던 참이었다. 아침나절 열한시가 다되어갈즈음이었다.

'이제 곧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서서 남간재를 넘어 술바위를 한바퀴 둘러본뒤 집으로 돌아오려니' 마음먹고 있었던 참이었다. 그때였다.폰이울렸다.

친구 경호였다.

친구가 운을 뗐다. "오늘 박준홍씨 쉰다는데 우리 셋이서 단양갔다가 예촌으로해서 한바퀴 빙 돌아오지 않을래!"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박준홍씨는 우리 집에서 조금쯤 떨어진 골목길에 사는 이웃이다. 시내서 화원을 하는 예순 대여섯쯤된 아우뻘되는 이웃이었다.

꽃동산엔 박준홍씨 트럭이 대기하고 있었다. 미리온 경호는 벌써 차에 타고 있었다. 내가 차에 올라앉자 트럭은 출발했다.

우리를 태운 짙은 하늘빛 포터는 죽령옛길 가파른 구비길을 뱅글뱅글돌고돌아 쌩쌩대며 잘도 올라갔다. 향긋한 아카시아꽃내음이 코끝을 자극했다. 산기슭엔 아카시아꽃이 절정을 이루고있었다. 찔레꽃도 무리를 이루어 피어있었다.

찔레꽃! 작지만 소박하고 순결한 꽃, 찔레꽃을 나는 사랑한다. 화려함보다 내면의 미를 갖추고 있는 꽃이기 때문이다.백합이나 치자꽃향기처럼 고혹적이지 않은 은은한 찔레꽃내음을 나는 좋아한다.

찔레꽃을 만나려면 구수산기슭에 가야만 했다. 그 곳에 가면 찔레꽃을 만날 수는 있었지만 명맥만 이어가는 찔레꽃을 볼때마다 안쓰러웠다.

모르긴해도 밭이 산아래 있는지라 밭임자가 밭둑정리를 하면서 거추장스러운 찔레나무숲을 거지반 짤라버렸을 것이다. 해서, 열네댓 송이의 찔레꽃만 피어남아 찔레꽃의 명맥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구단양을 벗어나자 배가 고팠다. 폰을 확인하였더니 열두시가 조금 넘었다. 차를 세우고 길가 식당에 들렸다. 간판엔 이렇게적혀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난 식당' 이라고.

버섯전골을 시켰다. 음식도 맛깔스러웠지만 그보다는 시장이 반찬이었다. 셋이서 추가로 밥 한공기를 더 시켜먹었다.

돌아오는길은 단양 대강쪽으로 택했다. 언젠가 한 번 다녀갔던 길 같았지만 길눈이 어두워서였을까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경호와 준홍씨는 아는듯한 눈치였다.

황장산을 끼고 달리던 차는 저수령을 넘어가고 있었다. 구비길 고갯길 곁으로 이어지는 산기슭에도 찔레꽃은 하얗게 피어있었다. 산기슭은 온통 찔레꽃 천지였다. 그곳은 별천지 세상이었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고향

언덕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자주고름 입에물고 눈물 흘리며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잊을 사람아

 

노래를 흥얼거렸다.

하얀 찔레꽃을 지천으로 만날 수 있었던 어제는 분명 행운의 날이었다.

어제는 대자대비하신 석가모니불 부처님 덕분에 원없이 회포를 푼 아름다운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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