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을 서느라고 철야를 하고 난 후 쓰레기 집하장에 갔다. 밤사이 아무렇게 던지고 가버린 쓰레기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쓰레기장 주차장 앞에 양용희 사모님이 서계셨다. 누구를 기다리시는 듯 했다. 나를 보시더니 안도의 숨을 쉬시는 것 같았다. "김 시인님, 저기 고양이 한 마리가 죽어 있어요!" 손짓하는 곳으로 가보았더니 새까만 어린 길냥이가 죽어 있었다. 차에 받혀서 죽은 것 같았다.창고에 가서 삽을 가져와 화단 한 가녁에 구덩이를 파고 죽은 길냥이를 넣은 후 신문지 한 장을 얹어놓고 흙을 덮었다.
새끼 길냥이는 40여 일 동안 세상에 머무러다 그렇게 귀천을 했다. 어미는 알고 있을까? 새끼가 죽은 것을.
새끼는 세 마리였다. 두 마리는 노란 바탕에 흰색이 섞인 얼룩이였고 오늘 새벽에 귀천한 녀석은 까만 바탕에 흰줄을 두른 알록이였다.
왜 신은 저 새끼 길냥이에게 그렇게 단명한 생명밖에 허락을 하지 않으셨을까. 그것이 당신의 뜻일까?
그래. 피어버리지 못하고 별나라 간 어린 길냥아! 다음 생에 태어날 땐, 삼신할메에게 막걸리 한 잔 받아 주고 긴 생명줄 받고 태어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