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물따라

먹고 살아가는 이야기/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12. 2. 17:30

아침 출근길은 무척 추웠다.

새벽하늘의 별은 나보다 더 추워보였다.

그래도 별은 파란빛을 잃지는 않았다.

늘상 오르던 궁전아파트 앞 지하보도 가파른 길을 헉헉대며 올라간다.

 

냉기가 감도는 초소에 불밝히고 난로를 피운다.

난로앞에 쭈그려 앉아 언가슴을 녹인다.

순찰 한 바퀴 돌고 감지기를 전해주려 2초소에 올라간다.

탁상앞엔 조그만 컵라면이 한통 놓여있다. 저 큰 덩치에 컵라면 한통으로 끼니가 되나.

바짝 마른 나도 컵라면 한통,

코끼리만 한 장 선배도 컵라면 한통,

그러고 보면 먹는 양이란 반드시 체격에 비례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아무렇게나 집어던져 놓고 가버린 밤사이 내다버린 쓰레기, 그 많은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데 40여 분 걸렸다.

얼어죽는 줄 알았다.

 

일곱 살배기 막내 손녀딸 볼따구가 통통하다.

꼬맹이는 말했다. "시우는 밥을 잘 먹어서 볼따구가 통통하고요 언니는 밥을 잘 안먹어서 빼빼해요!"라고.

밤에 퇴근해서 라면 한 개 끓여 먹으며 우리 내외는 꼬맹이 흉보며 허허허 호호호 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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