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목고개엔 도깨비가 나왔다. 도깨비뿐만 아니라 문경지방에서 '갈가지' 라고 부르는 개호주도 살살거리고 나타났다. 개호주는 후미진 곳에 숨어있다가 지나가는 행인에게 흙을 사정없이 퍼부어 대곤했다.
도깨비는 심술궂지만 결코 사악하지는 않다. 잘난체 하거나 지독히 인색한 사람은 혼구멍을 내주지만 약한 자는 도와준다. 정에 약하고 손익계산이 어눌한 게 도깨비다.
초등학교3학년 때 목고개 마루에서 도깨비를 만났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아랫마을 어물집에서 꽁치 몇 마리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참이었다.
도깨비의 하는 짓거리는 어딘가 달랐다. 길 한복판에 떡 버티고 서서 나를 노려보는 도깨비는 지게를 거꾸로 지고 있었다.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지게를 거꾸로 지고 있는 꼬락서니가 도깨비다웠다. 혼비백산이 되어 집에 도착했다. 옷은 땀과 빗물에 흠뻑 젖어있었다.
그리곤 몇 십년을 목고개를 넘어 다녔지만 도깨비는 두 번 다시 눈 앞에 나타나지 안았다. 어린아이를 놀래킨 것이 도깨비딴에도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었다.
목고개가 그리워 진다. 장보따리 머리에 이고 목고개 굽잇길을 올라 오시는 어머니가 눈물겹게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티 없이 맑기만 한 하늘은 더없이 높고 푸르다. 한가위를 훌쩍 넘긴 가을은 그렇게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