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오는 봄 가는 봄/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21. 4. 5. 14:28
봄은 누구에게 들킬세라
땅에 납작 엎드려
살살 기어서 온다
봄은 택지에 살고 있는 시집간
우리 집 애물단지 딸내미처럼
소리 없이 살짝쿵 온다
봄은 우리 집 애물단지
딸내미와 사촌 사이다
해대는 짓똥머리가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산과 들에 꽃불 질러놓고 그냥 달아나는
봄이나,
늙은 어미 가슴에 온갖 잔소리 퍼부어대고 가는
우리 집 딸내미나 그놈이 그놈이다
언제 갔는지
도둑놈처럼 가고 없는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도 없는 두 놈은
발그스름한 얼굴조차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