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물따라

구름나그네/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12. 21. 23:37

 

 

 

 

 

 

저녁을 먹어려고 냉장고문을 열어보았더니 반찬이라곤 김치에 고추장뿐이다.

그래, 먹고남는 게 버는거다. 정든식당에 가서 청국장백반으로 저녁 사먹자.

정든식당의 청국장백반은 경비실에서 쭈구려앉아 먹는 찬 없는 밥보다는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뚝딱 한 그릇 먹어치우고 초소로돌아간다. 저녁 잘먹었겠다 기분이 그만이다.

신안동통로를 쭉 올라가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길따라 쭉 올라가 십자로에서 구안동통로 횡단보도를 건넌다. 저 멀리 남간재를 내려오는 차량들의 불빛이 빼곡하다.

최헌의 구름나그네를 흥얼거린다.

 

가다말다 돌아서서

아쉬운 듯 바라본다

미련없이 후회없이

남자답게 길을간다


발걸음은 어느새 멕시칸 치킨집 앞에 다달았다.

저쯤에 초소가 보인다.


눈물을 감추려고 하늘을 보니

정처없는 구름나그네

어디로 가는 걸까

아무말도 하지않고

부는바람 새소리에

고개넘어 님찾으러


그래, 인생은 구름나그네다.

자유인이 될 날이 이제 딱 열흘 남았다.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어 백수가 될 날이 이제 딱 열흘 남았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