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물따라

동산목요회3/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10. 3. 18:36

 

 

 

아침나절 집사람에게 커피 한잔을 청해놓고 마시려는데 폰이울렸다.

김 선배였다.

"김 선배, 절시더."

"전화한다해서 기다렸는데 연락이 없어 전화했니더."

'아뿔싸, 그렇구나. 오늘이 모임을 가진다는 10월 3일이구나.'

달력에 적어놓지 않은 것이 불찰이었다. 또래의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잊어버리지않게 다들 그렇게 달력에 적어놓는다고 했다. 나이들면 너 나 없이 머리가 녹슬고 기억력이 감퇴되어 깜빡하기 일수이기때문이다.

"아이구, 깜짝했니더. 달력에 적어놓질 않아 오늘이 곗날이란 걸 잊어버렸니더."

"나이들면 다아 그러니더. 집 앞 영주교회 정문 앞으로 나오세이. 차가지고 갈게."

주섬주섬 옷을 주서입고 방문을 나오는데 집사람이 뒤퉁수에대고 소릴 지른다.

"커피는 어카고!"

"다녀와서 밤에 뎁혀먹지 뭐."

 

동산식당 들깨국수는 먹을만했다.

들깨가루를 많이 풀어넣은 들깨국수는 뜨끈하고 구수했다.

생알(경단의 경상도사투리) 까지 들어있어 맛이 쫄깃쫄깃했다. "후룩후룩 쩝쩝!" 모두들 잘도 먹어댔다.

오늘 점심 한 번 잘먹었다.

 

점심먹고 곗날이며 늘상 모여서 노는 아지트로 향했다.

우리 계원들은 만났다하면 고스톱판을 벌인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줄 모른다고 했다.

희희낙락 놀다보니 어느새 널찍한 방 저쯤에서 놀던 안어른들이 저녁밥상을 차려왔다.

저녁 때 딸아이와 약속이 있어 일어섰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랬다. 모였다하면 나는 계속 지기만했다. 그러나 오늘은 이겼다. 금액에 관계없이 이겼다는 것이 중요하다.

개도 딸 낳을 때가 있다고 했다. 그 말은, '내가 이길때도 있다' 라는 말과 맥(脈)을 같이한다.

고스톱판은 어찌보면 인생살이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